제목‘요지경’같은 강원랜드 VIP 세상2022-04-01 07:42
작성자 Level 10

강원도 영월의 한 저축은행에서 차장으로 근무한 박병기(가명)는 직책은 비록 시골 저축은행의 차장이었지만 돈 씀씀이는 중앙은행의 은행장을 훨씬 초과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는 항상 명품 양복을 차려 입고, 1억 50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녔으며 하루 저녁에도 유흥비로 수백만 원을 쓰는 재력가처럼 기세가 등등하였다.

유명 백화점의 명품코너에서 최고급 명품만을 쇼핑하고 다이아 반지, 억대의 로렉스 시계를 걸칠 정도로 그는 명품이 아니면 상대를 하지 않았다,

 

▲마카오는 한국인들이 원정도박과 짧은 일정의 관광을 위해 즐겨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프레시안

 
수시로 저녁시간에 접대 손님을 만나면 일식이나 고기 집에서 가볍게 1차를 한 뒤 룸살롱으로 옮겨 2차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2007년부터 대출담당 차장을 맡게 된 그는 이때부터 한 달에 보통 수억 원을 버는 수완을 발휘하였다.
 
지역에서 건설업이나 일반적인 사업을 하는데 담보는 수천만 원에 불과한데도 필요한 돈이 수억 원이 넘을 경우 박 차장에게 부탁을 하면 ‘만사형통’이었다. 
 
담보 가치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할 경우 “부탁이 있다. 담보가 빈약한데 5억 원이 필요하다. 성사되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라고 말하면 이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박 차장을 잘 아는 권정기(가명)씨의 회고. 
 
“박병기는 수천만 원에 불과한 담보라도 감정평가를 통해 10배, 20배 이상 원하는 담보가치를 만들어내는 수완을 발휘하였다.

 

감정평가사에게 향응과 돈 봉투를 제공하는 접대를 하면 부동산 담보가치가 원하는 액수로 기록된다. 이런 식으로 4년 넘게 ‘뻥튀기’ 감정평가를 하는 바람에 그 저축은행은 500억 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갖게 되어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그는 고급 주점의 여직원과 애인을 맺고 생활하였다. 1명의 애인에게 한 달에 용돈으로 거액을 주고 1주일에 룸살롱을 보통 , 4일 출근하였다. 

 

 

▲마카오 전당포에는 간판에 박쥐 형상이 그려져 있다. ⓒ프레시안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은 유흥비로 4000~5000만 원 이었고 많을 때는 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과 마닐라, 베트남 등 해외여행도 연간 수십 차례 다녀올 정도로 돈 씀씀이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였다.”
 
매월 부동산 담보대출로 수억 원 이상을 벌게 되자 박차장은 강원랜드 VIP룸에 회원으로 등록한 후 카지노 ‘하이 롤러’고객이 되었다.  
 
또한 강원랜드에서 마카오와 필리핀의 카지노를 연결하는 에이전시를 만난 그는 한 달에 서너 차례 에이전시를 대동하고 원정도박도 자주 다녀왔다. 
 
필리핀과 마닐라, 베트남 등을 다녀올 때는 항상 비즈니스 석을 이용했고 에이전시에게 그는 훌륭한 고객이었다.
 
그가 카지노에서 지출하는 돈은 평소 지출해온 유흥비를 훨씬 초과할 정도로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박자금이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부동산 담보대출을 하는 사람을 통해 ‘작업’을 펼치면 필요한 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2011년 여름 춘천지검 영월지청에서 박씨에 대한 내사를 펼쳐 저축은행의 부동산 허위대출(사기)과 원정도박, 외환관리법(환치기) 등의 위반혐의를 확보하였다. 
 
영월지청 1호 검사가 박씨에게 전화를 하였다. 
 
“박 차장! 검찰에서 대출 건으로 확인할 일이 있으니 9월 10일까지 1호 검사실로 잠깐만 나와 줄 수 있나요?”
 
마침내 올 것이 왔다고 판단한 그는 검찰소환조사를 1주일 앞두고 재산을 정리한 뒤 아무도 모르게 필리핀으로 출국하였다. 
 
이듬해 그 저축은행은 부실저축은행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그는 마닐라로 도피한 뒤 세부의 카지노에서 정켓업을 하는 정선출신 김사장을 만나 심부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현지 여성과 사귀면서 마닐라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출신의 강원랜드 간부 서윤호(가명)씨는 강원랜드에서 연간 수억 원 이상을 번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강원랜드 고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보안업무 직책을 맡은 탓에 VIP 고객들의 ‘노는 물’을 파악하고 강원랜드 근무 수개월 뒤부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강원랜드는 규정상 돈을 빌려주는 행위(꽁지)를 하거나 직원에게 폭언, 폭행을 비롯해 고객들과의 싸움(질서 문란행위), 기타 고객보호 등을 위해 고객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그는 말단 직원들에게 교육을 통해 특별한 VIP 고객을 제외하고 질서문란 행위를 하는 고객이 있으면 자신에게 보고하고 즉시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도록 지사하였다. 
 
VIP룸 고객 가운데 돈을 많이 잃은 고객은 흥분을 한 탓에 직원에게 욕을 하면서 칩이나 카드, 술잔 등을 집어던지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다. 
 
그러면 강원랜드 보안실에서 해당 고객을 출입정지 시키면 그 고객은 봉투를 들고 서씨를 찾아가 출입정지를 무마하곤 하였다. 

 

 

▲물가가 저렴하고 서비스가 좋은 필리핀 카지노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프레시안

 
그러던 어느 날 서씨의 아파트에 도둑이 들어 집안에 보관하던 현금과 귀금속을 몽땅 털리는 바람에 인근 파출소에 도난신고를 하였다.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한 도둑은 서씨 집에 있던 금고와 서랍장 등에서 현금, 금송아지, 미화 등 3500만 원 상당에 달했다. 강원랜드 개장이후 사북지역 도난사건 가운데 피해금액이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1년 뒤 붙잡힌 30대 초반의 절도범은 카지노에서 가진 돈을 다 탕진하자 사북에서 가장 부유층이 사는 선명아파트를 노리고 절도행각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절도범이 훔친 금품은 곧장 처분한 뒤여서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였다. 
 
강원랜드 VIP룸의 고객서비스팀장을 한 유진수(가명)는 VIP 고객들과 친분을 이용해 돈을 잘 버는 간부로 알려진 사람이다. 
 
꽁지를 하는 고객들에게 자주 상납을 받기도 하지만 골프를 함께 할 정도로 친한 고객과는 필리핀이나 마카오로 골프를 핑계로 원정도박을 나가기도 하였다. 
 
원정도박에 나간 그는 고객이 주는 돈으로 함께 카지노에서 베팅을 하고 운이 좋아 고객이 돈을 따면 용돈을 두둑하게 받아 챙기기는 행운도 자주 누렸다. 
 
VIP룸의 생리를 파악한 그는 조카를 필리핀 클락의 한 카지노에서 정켓업자로 일하게 한 다음에 신용이 좋은 고객은 자신의 조카에게 원정도박을 보냈다. 
 
또 태백에 고급음식점을 차린 그는 VIP 손님들이 자신의 음식점에서 하루에 수십만 원의 음식을 먹도록 하면서 돈을 버는 수완을 발휘하였다. 
 
VIP 고객들과 가장 많이 유착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안타깝게도 해외출장에 나섰다가 음식을 잘못 먹고 객사하고 말았다.  
 
강원랜드 때문에 아파트 사업으로 성공한 김진호(가명)씨는 역설적으로 강원랜드 때문에 망가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강원랜드가 개장한 뒤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지고 임대아파트를 강원랜드 인근에 지어 임대와 분양을 시작하였다.
 
지방에서 재력도 든든하지 못한 그가 저축은행의 대출을 받아 한 번에 150세대 규모로 지어 임대를 할 때마다 강원랜드는 신규 직원을 채용했고 그때마다 직원숙소로 그의 아파트를 임대하면서 그는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당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그는 저축은행사건으로 필리핀에 도피한 중간 브로커를 통해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대출받고 그 대가로 여러 차례에 걸쳐 100억 원의 커미션을 지불하였다. 
 
불과 수년 만에 상당한 재력을 갖게 된 그는 강원랜드 VIP고객에게 아파트를 판다는 생각으로 VIP에 회원으로 등록해 게임을 시작하였다. 
 
또 그는 필리핀과 마닐라에 자신의 임대아파트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는 강원랜드 이사와 강원랜드 간부를 동반해 원정골프를 나갔다. 
 
원정골프를 마치면 저녁에 카지노를 찾아 동반한 후원자들과 게임을 함께 즐겼다.  
 
그러던 그는 강원랜드 VIP룸 등에서 수백억 원의 재산을 탕진하고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화려한 장식으로 유명한 필리핀 마닐라의 오카다 카지노. ⓒ프레시안

 

김씨를 지켜본 강원랜드의 한 간부는 “강원랜드 VIP룸을 출입하던 당시 김 사장은 VIP 룸에 출입을 담당하는 직원이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하고 인사를 하면 10만 원권 수표 2장을 꺼내 건네며 ‘그래, 수고해라’하며 호기를 부렸다.

 

VIP룸에서 무리한 베팅을 하다가 돈을 잃으면 꽁지를 쓰기도 하였다. 2004년 유명한 박종식(가명) 꽁지에게 5000만 원을 빌렸다가 그는 결국 자신의 30평형 아파트를 넘겨야 하였다. 

 

돈을 잘 벌 때 관리를 잘 했으면 지역에서 재력가로 잘 나갔을 수 있었을 것인데 그는 카지노에 빠져 잘못된 대표적인 케이스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